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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적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 4·3과 여순 민중항쟁 (증보개정판)

by 책먹는아재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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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도올 김용옥

출판사 : 통나무

저자소개

  도올 김용옥은 고려대학교 생물과, 철학과, 한국신학대학 신학과에서 수학하였다. 그가 햇수로 11년 동안의 해외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자리 잡은 것은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청년들이 의식화되어 반독재투쟁을 열렬하게 벌이고 있었던, 1982년 가을학기였다. 좌파 이론과는 결이 달랐던 노자의 아나키즘이 추구하는 전통적이면서도 급진적인 사유를 제시하여 학생들의 학구열과 의식화를 불러일으킨다. 대만대학에서 노자를 전공하여 논문을 썼고, 동경대학에서 명말·청초의 대유 왕선산의 동론(動論)”이라는 주제로 학위를 획득하였다. 하바드 대학에서 왕선산의 주역 사상을 주제로 하여, 주역해석의 신기원을 수립한 17세기 동아시아의 철학적 사유를 총정리하였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젊은 학도가 동·서양 철학의 벽을 허물고 동서양 문명권 내에서 학위를 획득하는 일은 매우 드문 사건이었다. 다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6년의 학부 수업을 마치고 한의사가 되었다. 고려대학, 중앙대학, 한예종, 국립순천대학교, 연변대학, 북경대학, 사천사범대학 등 한국과 중국의 수많은 대학에서 제자를 길렀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90여 권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의 베스트셀러들을 통해 끊임없이 민중과 소통해 왔으며 한국사의 진보적 흐름을 이끌어왔다.

  1982년부터 젊은이들에게 사회를 개혁하는 철학적 사유를 퍼트려 대중운동을 시작했지만, 그가 한국인에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9911월부터 20002월까지 EBS에서 행한 노자와 21세기라는 밀레니엄특강이었다. EBS는 이 강의를 통해 기적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였고, 온 국민이 그의 메시지를 주목하였다. 밀레니엄특강은 동양의 사유를 빌어 한국인의 전통적 사유의 모든 극단의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벽을 허물고 진정한 보편주의적 철학을 전개하였으며, 새로운 대중강연의 문화를 유행시킨다.

  도올 사상의 핵심적 방향은 선진시대의 노자철학과 19세기 조선의 동학을 연결하는 작업이었으며, 고조선 이래의 우리 민족 고유의 사유를 발굴하는 작업이었지만 그 원초적 바탕에는 주역이라는 거대한 배경이 있었다. 그의 하바드 대학 주역논문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역경해석은 근 3천 년에 걸친 주역 철학사상사에 있어서 한국인만이 시도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상수와 의리를 통합하며, 인류사의 모든 종교적 사유를 융합시키며, 과학과 도덕을 종합하며, 존재와 당위를 화합한다. 분량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교양인이라면 누구든지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끔 기초적인 사실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도올 주역 강해는 노자 강론 이후 22년 만에 전 인류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복음이며, 한국인 사유의 원점이다.

  신학자로서도 권위 있는 성서 주석서를 많이 저술하였고, 영화, 연극, 국악 방면으로도 많은 작품을 내었다. 현재는 우리나라 국학(國學)의 정립을 위하여 한국의 역사 문헌과 유적의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계속 진행되는 유튜브 도올 TV의 고전 강의를 통하여 한국의 뜻있는 독서인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그의 저서, 우린 너무 몰랐다,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금강경 강해(개정신판),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 노자가 옳았다는 새로운 국학의 여정을 예고하는 역작들이다.

 

목차

증보개정판 서문 .......... 15

1장 프롤로그: 현대사가로의 여정 .......... 17

샤오똥과 유사회 ..... 17

치작의 승리 ..... 20

구례 이야기 ..... 22

매천과 고광순 ..... 26

매천과 호양학교 ..... 32

명동백작 ..... 35

고석만과 독립운동 ..... 38

카메라만 들고 격동의 독립운동 현장으로 ..... 42

광주MBC에서 재방송한 나의 EBS독립운동사 ..... 45

2장 대황제국 고려의 발견: 청주와 직지심경.......... 48

나의 성서연구를 중단시킨 MBC충북의 기획 ..... 48

역사적 예수와 마가 ..... 50

직지심경直指心經을 왜 이라 못 부르는가? ..... 52

백운화상어록, 고려문명의 새로운 이해 ..... 56

용두사지 철당간을 보라! ..... 57

황제의 나라 고려, 그 연호 준풍! ..... 59

위화도회군이라는 비굴한 역사회전 ..... 60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의 연호: 영락 ..... 62

증보개정판 서문 .......... 15

고려는 제후국이 아닌 황제국이었다 ..... 64

알면 괴롭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 ..... 64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새로운 이해:

불교대제국의 확실한 증표... .. 65

의천의 대장경: 속장경이 아니다! ..... 67

8만경판의 물리적 실상 ..... 69

고려는 당대 세계최고의 문명국 ..... 71

고려사의 왜곡 실태 ..... 73

고려와 조선, 편년체와 기전체 ..... 74

고려사에 본기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 76

세종의 양심, 주저 ..... 79

현대사의 왜곡, 고대사의 왜곡 ..... 80

청주찬가 ..... 81

사랑스러운 빛고을 2천 눈동자 ..... 82

전라도의 고인돌 ..... 84

제주KBS의 서정협 피디, 제주사가 양진건 교수 ..... 86

슬픈 제주 ..... 88

제주도지에 얽힌 사연 ..... 91

여수MBC의 김지홍 피디 ..... 93

블레어와 브루스 커밍스 ..... 95

73차 국제와이즈멘세계대회 주제강연 ..... 97

제주4·3과 여순은 하나다 ..... 98

여수MBC 기념비적 강연의 서언 ..... 100

샤오똥의 가슴에 박혔던 대못, 부레기소 이야기 ..... 103

순천 낙안면 신전마을 이야기 ..... 105

홍동호와 5·18민중항쟁의 마지막 장면 ..... 108

제주4·3은 여순민중항쟁을 통해 알려졌다 ..... 110

3장 해방정국의 이해 .......... 112

해방이란 무엇인가? ..... 112

해방의 아이러니 ..... 114

해방이라는 공백, 제국주의시대에서 냉전질서시대로! ..... 116

여운형과 신한청년당, 3·1민족독립만세의거 ..... 118

여운형의 제국호텔 강연,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 120

건국동맹 ..... 122

조선건국준비위원회 ..... 123

하지 주한미군군정 군정총독 ..... 125

여운형의 죽음 ..... 125

인민위원회의 바른 이해 ..... 127

인민은 공산당의 언어가 아니다 ..... 130

해방원점: 두 괴뢰의 등장 ..... 132

이승만은 누구인가? 단재 신채호의 일갈 ..... 133

김일성의 역정 ..... 135

두 괴뢰의 입국과정 ..... 136

해방이라는 공백, 25일 동안의 해방? ..... 137

소련과 미국의 접근 태도 ..... 138

한국은 미국의 적이다 ..... 139

미국이 세계사에 남긴 가장 큰 오류: 일본천황제의 존속 ..... 141

일장기에서 성조기로! ..... 142

소련은 미국과 달리 직접지배를 구상치 않았다 ..... 143

뿌가쵸프호에서 평양공설운동장까지 ..... 145

이승만과 맥아더 ..... 147

이승만의 미국의 소리 단파방송 ..... 148

나는 한 평민, 정부의 책임자가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 149

거룩한 사기꾼 ..... 151

해외세력들의 입국순서 ..... 152

시대감각에 뒤진 임정요인들 ..... 153

여운형의 실책: 조선인민공화국의 창설 ..... 154

미군정의 인공 불인: 여운형의 죽음 ..... 157

인민위원회의 불법화 ..... 157

제주도 인민위원회 ..... 158

분단과 내전: 민중이 제일 싫어한 것 ..... 159

이상주의적 상상: 여운형과 김구의 결합 ..... 161

김구의 위대성과 소박함, 그에 내재하는 열등한 정치비젼 ..... 162

백범의 최대오류: 완강한 반탁 ..... 163

신탁통치란 무엇인가? ..... 164

좌익과 우익의 연원 ..... 166

신탁통치 인식론 ..... 167

신탁통치의 원래 의미: 임시조선민주정부 수립 ..... 168

신탁통치는 좋은 것이다 ..... 170

동아일보의 가짜뉴스 ..... 171

한민당과 반탁 ..... 172

임정과 한민당의 반탁결합, 찰떡궁합 ..... 175

송진우의 죽음: 진정한 민족보수의 사라짐 ..... 177

4장 제주4·3 .......... 180

탐라에서 제주로 ..... 180

호남가 속의 제주 ..... 182

제주목사, 대부분이 날강도 ..... 183

, 전복, : 탐라인의 사무친 한 ..... 184

너영나영 ..... 185

이형상의 사람잡는 유교합리주의 ..... 187

탐라순력도와 남환박물, 당오백 절오백 소실 ..... 189

제주도로 온 최악의 중세기독교: 신축의거 ..... 191

천주교는 반성하라! 교폐와 세폐 ..... 192

파리외방선교회의 제국주의: 뮈텔과 꼴랭 드 플랑시 ..... 194

명동성당의 위세 ..... 195

김원영의 수신영약, 수치스러운 문화박멸론의 대명사 ..... 196

파리외방선교회의 양아치 신부들: 김원영, 라크루스, 뭇세 ..... 197

폭력과 탐학의 선교: 십자군의 부활, 우매한 고종황제 ..... 199

외방선교회 양아치선교와

남인들의 주체적 경건신앙을 같이 보는 천주교사 ..... 200

양아치 신부와 봉세관의 결탁 ..... 201

이재수와 드 플랑시 ..... 202

키미가요마루 ..... 203

오오사카의 이쿠노쿠, 이카이노 ..... 206

김정은의 친엄마 제주여자 고용희 ..... 207

조선인들의 의식화운동 ..... 208

제주인민위원회의 선진성, 비종속성 ..... 210

북국민학교 3·1절기념 제주도대회 ..... 211

가두시위: 6명 사망, 8명 부상 ..... 212

응원경찰이란 무엇인가? 에서 도로의 승격 ..... 213

복시환 사건 ..... 214

나의 이발소 아저씨 ..... 215

제주KBS홀에서 울려퍼진 슬픈 제주 ..... 216

집필의 고통 ..... 219

3·1절 대민발포 이후의 제주총파업 ..... 220

조병옥은 나쁜 사람, 경찰발포는 정당방위 ..... 222

초대 도지사 박경훈, 양심있는 인물 ..... 222

서북청년단 ..... 223

김일성과 박헌영 ..... 224

위대한 변화 ..... 226

컬럼비아대학의 한국학 교수 암스트롱의

북한사회변화 평가.... . 227

열렬한 이승만 지지세력 ..... 228

서청의 만행, 서청의 아버지 조병옥, 장택상 ..... 230

43일의 거사 ..... 230

4·3은 결코 무장봉기가 아니다 ..... 232

남로당은 픽션이다 ..... 233

4·3은 남로당과 관련없다 ..... 234

김익렬의 평화적 해결, 그것을 무산시키는 조병옥 ..... 235

문제아 박진경, 제주도민 30만을 다 죽여도 오케이 ..... 237

박진경 사살 ..... 238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

제주시내에 그들의 동상을 세워라! ... 239

제주도민의 이승만 보이콧 ..... 242

박진경의 충혼비와 동상을 철거하라! ..... 243

경찰의 날을 재고하시오! ..... 244

5장 여순민중항쟁 .......... 245

군사영어학교 ..... 245

남조선국방경비대 ..... 247

여수 제14연대 ..... 248

반란에서 민중항쟁으로! ..... 249

여수의 연혁 ..... 251

여수는 역향이었다:

조선을 거부하고 고려제국의 적통을 지킴 ..... 252

여수지민: 한 몸에 두 지게 진 꼴 ..... 253

삼복삼파 ..... 255

약무여수 시무국가 ..... 256

선조라는 기묘한 앰비밸런스의 인물 ..... 256

여수와 이순신 ..... 257

판옥선의 족보: 제주 덕판배, 탐라국 전승 ..... 258

임진왜란 해전사의 하부구조는 여수다 ..... 260

이순신과 두무악 ..... 261

무호남 시무국가 ..... 262

토요토미 히데요시, 그 인간의 상상력 ..... 263

정유왜란의 독자적 이해: 단순한 재란이 아니다 ..... 266

선조라는 정신병자, 고문당하는 성웅 ..... 267

정탁의 신구차 ..... 268

칠천량해전: 국가의 몰락 ..... 268

여수·순천에서 남원·전주까지: 코 베인 민중 ..... 269

명량대첩과 전라도 왜성 ..... 270

거북선을 만든 여수인민, 그 후손을 그토록 처참하게 죽이다니!

여순민중항쟁 희생자 11,131(19491111일 발표) ..... 271

여수MBC 청중의 무거운 분위기, 그 정체 ..... 273

김익렬 중령과 14연대 ..... 273

박진경 사살과 숙군 회오리바람의 시작 ..... 274

박정희라는 빨갱이 ..... 276

박헌영이라는 허구, 허명, 허세 ..... 277

이승만 앞잡이 이범석 ..... 279

14연대 숙군 바람: 김영만의 희생 ..... 279

해방 후 군·경의 대립 ..... 281

영암 군경충돌사건 ..... 283

구례경찰사건 ..... 287

제주4·3-여순민중항쟁 연표 1943~1955

최능진 이야기 ..... 288

혁명의용군사건과 14연대 ..... 290

가짜뉴스 남발하는 이승만 ..... 292

미군정 미곡수집령 ..... 293

여순 지역의 태풍, 노아의 방주 ..... 295

지창수는 픽션 ..... 296

병사위원회의 호소 ..... 298

항명도 아니다: 김영환 대령의 위대한 판단 ..... 299

반란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 ..... 301

이승만의 명령: 어린아이들까지 다 죽여라! ..... 303

여순민중항쟁의 여파: 강고한 우익반공체제 ..... 304

제주평화선언삼다三多의 고난과 삼무三無의 평화 ..... 306

求禮慰靈祭 祝文(71주년 여순항쟁희생자 추념식) ..... 310

제주 4·3추념식 추념사(미국 하바드대학 패컬티클럽) ..... 313

제주4·3-여순민중항쟁 연표 1943~1955..... 316

참고문헌 ..................... 420

인명색인 ..................... 428

 

내용요약

  20세기 전반기 우리는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 시달렸고, 해방되자마자 바로 세계사적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이 분단되었다. 분단은 70년을 넘어섰다. 이 비극의 분단체제를 강고하게 지탱하는 우리 정치의식의 밑바탕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것은 제주 4.3과 여순사건의 진행 과정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다. 이념화된 분단의식은 민족상잔의 6.25 전쟁으로 치달으며 몇십 배 강화되어 현재에 이른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태극기부대의 뒤틀린 이념성도 여기에 기인한다. 모두 제주와 여순사건의 후유증들인 것이다.

  제주 4·3과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후에 벌어졌던 최대의 비극이면서, 반공 체제의 결정적 형성 계기였다. 제주4·3사건 특별법이 만들어져 진압과정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이 인정되었고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기념일 제정도 이루어졌다. 여순사건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다가, 2019년 이 책 우린 너무 몰랐다초판이 나온 이후인 2021년 비로소 국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정식 명칭은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두 사건은 우발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별도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여순 민중 항쟁의 발단은 현지 주둔 군부대의 제주도토벌 출동 거부였다. 이것은 항명이 아니라 군인에게 자국민을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정의로운 거부였다. 다수의 민중이 여기에 호응해 나선 것은 친일파 청산의 실패와 이승만 행정부의 폐해, 식량난까지 초래한 민생의 파탄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제주와 여순사건의 근본적 배경인 해방 이후의 정국을 남북한 전체를 포괄하여 이해한다. 먼저 당시의 국제정세, 즉 냉전 질서의 주축인 미국과 소련의 동아시아 정책을 이해해야 한다. 역사에 가정법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역사 진행의 과정마다 득실을 따지고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의 모색과 성찰이 필요하다.

  해방 직후 남북한의 역사는 미·소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분단으로 치달았지만, 강대국의 이해충돌 속에서도 현명한 대응으로 민족의 분열을 막고 독립을 성취할 여지도 있었다. 그 가능성이 상당했기에 저자 도올은 좌·우익 진영의 편 가르기를 반대한 현실감각을 지닌 여운형, 그리고 건국준비위원회의 좌절을 안타까워한다.

  19458.15 해방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 남한에 진주한 미군이 한국을 통치했던 시기가 미군정시기이다. 저자의 미군정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미군정은 국제전략에 따른 미국의 국익 추구로 일관했고, 한국에 대해 철저한 무지한 상태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권력이 무지하면,  정황을 잘 파악하는 악의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단순히 점령지를 편리하게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한국인 스스로 자치능력을 발휘한 건국준비위원회와 각 지역 인민위원회를 부정하면서 기존의 친일파 중심 질서를 온존하도록 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는 단순히 추상적인 대의명분의 상실에 국한되지 않았다. 일제 통치가 사라진, 해방 이후의 행정은 무질서와 부패 모리배의 농간으로 민생의 파탄을 가져온다. 미군정은 이런 혼란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으며, 좌익 탓으로 돌려 탄압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였고, 결국에는 민족의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다. 이러한 흐름의 비극적인 귀결이 제주 4·3과 여순 민중항쟁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고려시대에 대한 풍성한 설명이 펼쳐진다. 고려의 금속활자가 우연히 발명된 것이 아니라, 고려의 문화 수준이 세계 최고의 역량을 유지하고 있던 강력한 제국이었음을 강조한다. 청주 흥덕사지 철당간,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등의 확인할 수 있는 실물만으로도 고려는 당대 세계 최강국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고려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역사 문헌이 적다는 것이다. 고려사만 해도 조선 초기에 편찬된 것으로, 고려를 비하하려는 쿠데타 세력의 의도가 깔린 역사서라고 비판한다. 고대부터 근세까지의 제주와 여수에 대한 핍박과 수난의 역사, 과거 탐라국의 위용과 이순신 장군을 도와 국난을 극복한 여수지역 민중의 영웅적 이야기도 이 책에서 다루어. 이 지역에 대한 이해를 깊고 풍요롭게 해준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100여 쪽이 넘는 제주 4.3과 여순 민중항쟁 연표가 실려있다. 이 연표에는 1943년부터 1955년까지,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국제적 사건과 해방 이후의 정국, 제주와 여순의 민중항쟁과 관련된 주요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이 발의되고 국회에서 통과되는 모든 과정까지 상세히 기록하였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엄연한 시간의 축을 따라 진행한다. 따라서 역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일차적 과제는 무심한 시간 속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각각의 연관구조를 따지면서 정리하는 연표작업이 필수이다. “제주 4.3과 여순 민중항쟁 연표의 특징은 단편적인 사건과 날짜의 단순 나열이 아닌, 간략한 서술 속에서도 그 사건의 성격을 드러내고 가치판단을 분명하게 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서술의 기본자세이다. 이 책과 연표는 역사적 사건을 표피적이고 단선적으로 꿰맞추지 않고 복합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사건 발생에 얽힌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고 당시의 복잡한 상황에 맞춰 경중을 가려 당시를 살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 각각의 인물을 주목한다. 그 인물에 대한 엄정한 평가 역시 진행한다. 슬픈 역사의 극복은 역사에서 슬픔을 지우려 하지 말고, 그 슬픔을 드러내야 하고, 그 슬픔에 동참하여 우리 모두의 슬픈 역사로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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