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정의길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저자소개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 국제부, 정치부, 사회부 등을 거쳐 오피니언넷 부문 및 국제 부문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 〈한겨레〉에 ‘지정학의 풍경’ ‘정의길 칼럼’ 등을 쓰고 있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은행 장학생으로 1999~2001년 미국 럿거스대학교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저서 《지정학의 포로들》 《이슬람 전사의 탄생》 《뜨거운 지구촌》, 논문 〈아시아 외환위기 때의 자본 통제 논쟁〉 등을 썼고, 역서로는 《부시 가문의 전쟁》 등이 있다.
목차
서문 세계는 3차 대전 중?
1부 현대 이슬람주의의 탄생
1 사우디 왕국과 와하비즘
2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주의의 레닌’ 쿠틉
3 6일 전쟁,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변곡점
4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야
2부 현대 이슬람주의의 헤지라, 아프간 전쟁
5 크리스마스 침공
6 아프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7 아프간으로 가는 이슬람 전사들
8 아프간 전쟁의 변곡점
9 소련의 철군
3부 글로벌 지하드
10 글로벌 지하디스트의 탄생
11 걸프전, 아랍 연대의 붕괴
12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화
13 알제리, 더러운 내전의 원형
4부 9·11로 가는 여정
14 떠오르는 탈레반
15 빈 라덴의 헤지라
16 테러의 새로운 유형
17 빈 라덴을 잡아라
18 ‘긴 전쟁’의 시작
5부 테러와의 전쟁, 멍청한 전쟁
19 9·11 ‘성 화요일 작전’
20 아프간이냐, 이라크냐?
21 토라보라 전투와 빈 라덴의 탈출
22 중동 개조론과 군 개조론
23 이라크 전쟁의 시작
24 종전 선언과 함께 시작된 전쟁
25 탈레반의 부활
6부 끝나지 않는 전쟁
26 오바마의 전쟁과 빈 라덴 제거
27 ‘아랍의 봄’은 ‘지하디스트의 봄’으로
28 이슬람국가(IS)의 탄생
후기
주석
내용요약
9·11 이후 이슬람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전, 내전, 내란, 소요, 테러를 비롯해 최근 파리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나 IS의 일본인 인질 살해 등을 보면 ‘비대칭적 장기 국제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이 ‘비대칭적 장기 국제전’의 속살을 본격적으로 보려면 1979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기점으로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부터 2014년 IS의 탄생까지 지난 35년간 이슬람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1979년 아프간 전쟁 이전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만든 사우드 가문과 현대 이슬람주의 토대를 마련한 와하브파의 동맹에서부터 무슬림형제단의 탄생, ‘이슬람주의의 레닌’이라 불리는 쿠틉, 쿠틉의 후계자인 자와히리,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변곡점이 된 6일 전쟁, 이후 지하드 주의와 와하비즘의 확산, 그리고 이란의 이슬람 혁명까지 이슬람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2부에서는 1979년부터 10년간 진행된 아프간 전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이란 이슬람 혁명의 기운은 이웃 아프가니스탄에도 번진다. 사회주의 성향의 세속주의 정부에 대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이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대에서도 반정부 봉기가 일어난다. 정부는 소련에 S.O.S.를 치고 군사를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소련 역시 아프간 공산 혁명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전쟁의 끝에 소련 해체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베트남에서 처참한 패배를 맛본 미국, 특히 CIA는 ‘아프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만들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소련과 사회주의 정부에 맞서는 이슬람 세력(무자헤딘)에 엄청난 무기와 군사 교육을 지원한다. 소련에 맞선 무자헤딘의 연전연승에 이슬람주의 세력은 고무되었고, 아프간 전쟁은 지하드(聖戰)가 되었다. 각국의 이슬람주의 청년들이 속속들이 아프간 전쟁에 참전하고, 이슬람 부호들은 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절 모금전문가로 활약하면서이다.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후, 소련은 철군을 선언한다. CIA는 그들이 뿌린 씨앗이 후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승리를 만끽한다.
3부와 4부는 빈 라덴과 알카에다의 성장, 그리고 탈레반의 부상을 살펴본다. 무자헤딘의 후원자로 출발해 차츰 전투 경험까지 쌓아가던 빈 라덴은 아프간 전쟁 말기 ‘자지(Jaji) 전투’에서의 승리(사실은 소련군의 전술적 후퇴에 가까웠다)로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이후 쿠틉의 후계자 자와히리와 동맹을 맺고 그 안에서 주도권을 잡아간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알카에다’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후의 혼란을 탈레반이 정리해간다. 이슬람을 공부하며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각종 종교 의례를 제공하던 일종의 하위 성직자였던 ‘탈레반’들은 아프간 전쟁 때 무자헤딘 투쟁에 뛰어들면서 핵심 세력이 된다. 이들은 1996년 카불을 함락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고, 빈 라덴은 아프간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한다. 당시 빈 라덴은 주의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1993년 초 CIA 청사 앞과 월드트레이드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테러가 시작되었고, 1996년 1월 CIA는 빈 라덴 추적팀인 ‘알렉스테이션’을 가동했다. 사우디는 이미 빈 라덴을 국외로 추방한 상태였다. CIA는 이후 여러 번 빈 라덴 제거 공작을 펼쳤지만, 그때마다 결단력 부족으로 작전에 실패한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이 다가왔다.
1980년, 이라크는 이란과 전쟁을 벌인다. 아프간 전쟁의 발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인접국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였다. 이라크는 수니파가 시아파를 지배하는 형국이어서 이란 시아파들의 혁명에 힘입어 이라크 시아파들이 봉기할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친미 국가에서 반미국가로 돌변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필요했다.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미국의 지원으로 이란과 전쟁을 결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8년간의 전쟁은 이라크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오히려 미국 지원의 간접 통로였던 사우디 등 주변국에 채무만 지는 신세가 되었다. 걸프전의 발단이 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다.
걸프전에서 중요한 것은 아랍 국가들이 적어도 그전까지 외세에 대해서는 합심하여 저항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미군에 기지를 제공한 사우디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이라크를 응원하는 심리를 불러일으킨다. 걸프전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이는 후일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된다.
5부에서는 부시가 주도했던 ‘테러와의 전쟁’을 집중 조명한다. 9·11 테러에 대한 신호가 여러 차례 감지됐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백악관, 9·11 이후 알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관성이 없음을 알고서도, 알카에다와 빈 라덴 제거보다는 이라크 침공에만 혈안이 되었던 네오콘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판단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 신형 무기 위주로의 ‘국방 개조’에 혈안이 되었던 럼스펠드의 욕망이 상황을 어떻게 그르쳤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빈 라덴을 잡는 데는 실패하고, 명분도 없는 이라크 전쟁으로 지구적 갈등만 불러일으켰다. 부시가 항공모함에서 ‘임무 완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한 이후, 이라크는 내전의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 특히 후세인 시절 주류를 형성했던 수니파들이 반란과 폭동의 대열에 앞장선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빠져있는 동안 아프간에서는 다시 탈레반 세력이 힘을 회복한다.
6부는 오바마 취임 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고 빈 라덴 제거에 집중하여 2011년 5월 1일 결국 빈 라덴을 제거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는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이름과 조직을 바꿔 새롭게 시작한다. ‘아랍의 봄’이 시작되었으나 세속주의 정치세력과 친서방 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이슬람주의 세력이 오히려 힘을 얻게 된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누스라 전선’이라는 알카에다 연계 세력이 반군 진영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해갔고, ISI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누스라 전선’과 연대해갔다. 그 과정에서 ISI의 지도자 바그다디는 ‘누스라 전선’과 ISI를 통합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만든다고 선언한다. 이는 알카에다 본부와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것이다. 알카에다는 ISIL을 파문했지만, 알카에다의 통제에서 벗어난 ISIL은 더욱 공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그리고, 2014년 6월 29일 ‘이슬람국가(IS)’를 선포한다.
현대 이슬람주의의 탄생에서 IS의 탄생까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면 왜 이곳의 이야기가 이리도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이스라엘) 구도의 반외세 분쟁, 세속주의-이슬람주의 분쟁, 독재정권 등 권위주의 세력과 민중 사이의 민주화 분쟁,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의 분쟁, 중동 역내 국가 사이의 국가 분쟁 등 여러 겹의 갈등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구도도 선-악의 틀로 간단히 해석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국제전문기자인 저자는 “평소 독자들로부터 맥락 없이 보도되는 중동 등 이슬람권 분쟁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라며, “특히 9·11 테러를 전후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활동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소개된 책이 국내에 없다는 현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슬람 무장 세력을 비롯한 이슬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길에 한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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