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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서적

툭 까놓고 재벌

by 책먹는아재 202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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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동형
출판사 : 왕의 서재

저자소개

  경북(TK) 안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아버지 덕택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한민국 정치에 깊은 관심을 뒀다.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어학연수를 하며, 동경에서 한국 음식점 점장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때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는 한편, 한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방대한 자료들을 보며 지식의 폭을 넓혔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열혈 지식인들의 아지트 격인 누리집 ‘도시탈출’에서 콧구멍이라는 필명으로 한국의 해방 이후 현대사를 신랄하고 가감 없이 조명해 인기를 끌었다. 그의 글을 본 독자들은 하나같이 분노, 죄책감, 그리고 무지를 호소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주위가 온통 파란색의 나라인 경북 영주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꽁으로 물려받을 작정을 하며 유유자작(悠悠自作)하였으나, 전작의 예상치 못한 성원과 출판사의 꾐에 넘어가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지은 책으로는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와주테이의 박쥐들』 『정치과외 제1교시』가 있고,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였고, 현재는 유튜브에서 [이동형 TV]를 만들어 촌철살인의 정치평론을 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재벌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날것 : 총체적 난국의 한국 경제를 납득하게 되는 - 4

1장 재벌의 탄생

적산과 불하 - 19
두산 박두병 - 29
선경 최종건 - 39
한화 김종희 - 45
대성 김수근 - 51
쌍용 김성곤 - 61
원조자금 - 68
박정희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김성곤 - 76
한진 조중훈 - 88

2장 재벌의 성장 Ⅰ

은행의 민간 불하 특혜 - 106
부정축재자 처리 - 113
삼성 사카린 밀수사건 - 121
삼분(三紛) 폭리 사건 - 128
부실기업 인수 - 132
대우그룹과 김우중 - 136
대우 몰락 - 143
8·3 사채동결 - 155
종합무역상사 - 160
저(低)임금 - 164

3장 재벌의 성장

전두환 정권이 벌인 부실기업 정리 - 175
김철호의 명성그룹은 한화그룹으로 - 180
정경유착과 정치자금 - 197
정경유착으로 재벌 반열에 오른 SK - 205

4장 초등학생도 알 걸? 재벌(財閥), 네 가지만 지켜라

그만큼 했으면 많이 먹었다. 부동산 투기는 그만하자 - 214
노동자의 삶이 나아져야 재벌들의 이익도 늘어난다 - 219
번 만큼 세금 내라 - 224
체급에 맞는 선수들과 싸워라 - 230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 – 235

내용요약

  ‘적산’이란 말이 있다. 적산(敵産, enemy property)은 적국이 남긴 토지·광산·공장·점포·유가증권·자동차·선박·기계·가옥 등 모든 자산을 일컫는다. 일본 패망과 함께 한반도에 임자 없는 재산으로 남게 된 적산을 미 군정과 그 뒤를 이은 이승만 정부는 정부 재산으로 귀속하고 민간업자들에게 불하(拂下, 국가재산 또는 공공재산을 개인에게 파는 것)했다. 한국의 재벌들은 예외 없이 적산을 불하받아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산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게 팔렸다. 거의 무상이었다. 미군정은 불하받는 민간인들에게 장기 신용대부 혜택도 주었다. 돈이 없어도 국가로부터 돈을 빌려 그 돈으로 적산 기업을 인수하고, 갚을 때는 천천히 갚으면 되니 이보다 더 손쉬운 장사는 없었다. 적산 기업에는 공장도 기계도 기술도 있었으니 적산을 인수한 민간인들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벌었다. 적산을 불하받은 민간인들은 외국으로부터 온 원조물자 독점 배당, 저리의 금융 특혜, 독과점, 짬짜미(담합) 등 온갖 특혜를 등에 업고 재벌로 성장해 나간다.
  적산 불하로부터 시작해 재벌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인 6명이 본보기로 등장한다. 기린맥주를 불하받고 동양맥주를 창립한 두산의 박두병 회장. 박두병은 부친 박승직과 모친 정정숙의 역할을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박승직은 1882년부터 본격적인 장사꾼의 길로 들어서 박승직 상점을 개업하는 등 길을 닦아놓았는데 정정숙의 히트작이 화룡점정이었다. 소위 대박을 친 화장품 ‘박가분’을 만들어 당시 박승직 상점을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 정정숙이기 때문이다. 부모 덕택에 박두병은 기린맥주를 불하받고 동양맥주를 세워 두산그룹의 모태가 된다.
  선경직물을 불하받고 나중에 SK가 된 선경을 세운 최종건 회장. 최종건은 선경직물을 불하받기 위해 동생 최종현의 유학 자금을 끌어다 쓰며 천신만고 끝에 선경직물을 불하받을 수 있었다. 선경은 경영난에 봉착했을 때 이승만 정권의 도움을 받고, 훗날 노태우 덕에 유공을 인수하고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돼 지금의 SK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일본인의 도움으로 ‘조선화약공판주식회사’를 불하받고 한국화약을 설립한 한화의 김종희 회장. 조선 연료를 불하받고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한 대성의 김수근 회장. 그룹의 모체인 금성방직을 설립하고 원조자금을 받아 세운 쌍용의 김성곤. 전쟁통에 정부의 막대한 밀어주기로 한진상사를 키워 대한항공을 인수한 조중훈 회장 등. 이들의 이야기 속에 작금의 제조, 유통, 금융, 서비스산업을 장악한 재벌 대기업의 초창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적산 불하로 탄생한 재벌들은 그야말로 특혜와 원조자금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운크라(UNKRA, 유엔한국재건단), ICA(국제협조처), PL(미국 공법)-480호 등이 대표적인 원조자금으로, 삼성그룹을 있게 한 제일제당과 제일모직도 이런 미국 원조금으로 지어졌다. 공정환율과 시장환율 차이 탓에 원조자금을 받고 그냥 앉아서 돈방석에 올라앉기도 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정당성을 확보하고 치부를 가리기 위해 부정축재처리법을 만든다. 이때 구속된 부정 축재자 26명 중에는 재계 서열 1위부터 11위까지 기업인이 모두 포함될 정도였고 그 1호가 삼성 이병철이었다. 결국, 부정축재처리법은 부정 축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그치고. 처벌은커녕 재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만들게 된다.  그 와중에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고, 삼분(시멘트, 밀가루, 설탕) 폭리 사건으로 만천하에 재벌의 탐욕과 비리가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이것도 그때뿐 정권에서는 더 열심히 특혜를 몰아주었다.
  재벌에게 부실기업을 지정해 나눠주고, 은행을 불하하고, 심지어 빌려 쓴 사채를 동결해주는 등 재벌을 무소불위의 존재로 키워주었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일약 대기업을 성장한 회사가 대우다. 1970년대까지 재계 서열 10위 권에 명함도 못 내밀던 대우는 박정희 정권이 부실기업들을 차례차례 인수하게 해주면서 덩치를 키워, 1970년대 말 재계 서열 4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수출 100억 달러’라는 구호를 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는 핑계로 저임금을 강요받으며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버거웠던 노동자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노동 현장에서 산화한 전태일 열사는 국가와 재벌의 폭거에 본격적으로 대항한 시대의 상징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재벌들의 자리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었으니 1980년대 산업합리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본격화한다. 이때 78개에 달했던 부실기업 중 57개 기업이 제삼자에 넘어갔다. 산업합리화 시책으로 몸집을 더 단단하게 만든 재벌은 삼성, 현대, 대우, SK, LG, 롯데였고, 다른 기업을 쉽게 인수하며 혜택을 받은 기업은 한일합섬, 동국제강, 한진, 대림, 우성건설, 한화 등이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장기 저리 융자, 부채 탕감, 조세 감면 등 이중 혜택까지 안겨줬다.
  국제그룹과 명성그룹이 공중분해 되는 참사가 벌어지는데 이유는 하나, 전두환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치만 4,000억 원, 전 자산 시세는 1조 원이 넘었다는 명성은 단 20억 원의 계약금을 건 한화에 헐값으로 넘어가 한화는 한국 최대의 레저기업을 발돋움했다.
  재벌개혁이 어느덧 한국경제의 화두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초등학생들도 알 만한 상식을 지키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 그만하고, 노동자에게 일한 만큼 돌려주고, 번 만큼 세금을 내며, 체급에 맞는 선수와 싸우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네 가지다.  2015년 롯데가(家) 형제의 난에 이어 롯데그룹의 비자금·횡령 사태가 2016년 여름을 장식했다. 달력은 채 한두 장도 뒤로 조용히 넘어가지 못한다. 재벌이 도마 위에 올라 너덜너덜해진 사건들은 하루가 멀다고 터졌다. 어떻게 적반하장으로 재벌은 국민에게 떵떵거릴 수 있는가? 우리는 그것이 어불성설임을 이 책을 통해서 자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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