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폴 크루그먼
출판사 : 세종서적
저자소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프린스턴 대학교의 경제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이다. 1982~1983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레이건 행정부에서 일했다. 1991년에는 미국 경제학회가 2년마다 40세 이하의 유망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2000년부터 「뉴욕타임스」에서 연재한 칼럼에서 드러난 예리한 통찰과 독설로 경제학자이자 통쾌한 칼럼니스트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1994년에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논문을 통해 아시아 경제 발전의 기형성을 짚으며 한계가 올 것을 경고했는데, 1997년 실제로 혹독한 경제위기가 아시아에 찾아들었다. 또한 2005년에 부동산 거품이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주던 외국 자금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킴으로써 2006년에서 2010년 사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견했는데, 이것 역시 그대로 적중했다. 국제무역론과 국제금융론, 산업정책 분야에서 독보적 연구 업적을 쌓아왔으며, 대중과 가까이 있는 여론 형성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지은 책으로는 『크루그먼의 경제학 해법』, 『크루그먼의 경제학 입문』, 『크루그먼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경제학의 진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폴 크루그먼의 기대 감소의 시대』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핵심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제2장 경고를 무시하다―라틴아메리카의 위기
제3장 일본의 함정
제4장 아시아의 붕괴
제5장 부적절한 정책
제6장 세계를 움직이는 세력―헤지펀드의 실체
제7장 그린스펀의 거품
제8장 그림자 금융
제9장 공포의 총합
제10장 돌아온 불황 경제학
내용요약
2023년 벽두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내 이자율 인상 예정 소식은 미국 달러 강세로, 달러 표시 채무를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막중한 부담으로, 그리고 2023년에 1997~1998년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폴 크루그먼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경기침체 경향에 대해서 “현대 의학에 의해 박멸된 줄 알았던 치명적 병원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형태로 재출현한 것과 같다”며 “이 전염병이 다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공황이 우리 할아버지들에게 분명히 가르쳐준 교훈들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케인스가 제시했던 정책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인스의 정책을 수용하면서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은 성공적으로 치유되었고, 재발의 우려는 없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장기불황과 199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경제위기,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2014년을 뒤흔들었던 그리스의 금융 위기까지, 세계 경제는 항상 ‘반짝 회복’되는 듯했다가도 다시 휘청거리길 반복했다. 폴 크루그먼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중병 상태라고 단언하며, 이런 병마의 가장 큰 원인인 ‘그림자 금융’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언했던 저자는 “공황이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과거의 악몽에서 무엇을 배웠어야 하며, 경기침체와 장기불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불황의 경제학』으로 전달한다.
폴 크루그먼이 이름 지은 ‘그림자 금융’이란 투자은행이나 신탁회사와 같은 ‘은행인 체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2008년 큰 파장을 일으키며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등의 회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가 흔히 ‘제2금융권’이라고 부르는 곳들이다. 이들은 투자에 따른 이득은 챙기려 들면서 리스크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회에 떠넘기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의 문제를 품고 있었다.
한동안 이들의 행태는 ‘첨단 금융공학’이라는 칭송까지 받으며 투자자들의 열광을 받았지만, 결과는 지금의 금융 위기다. 실제로 미국의 5대 투자은행 가운데 둘(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은 파산했고, 다른 하나(메릴린치)는 전통적 은행(B.O.A.)에 합병되었다. 또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를 사실상 국유화해야만 했다.
투자 은행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경제 거품은 계속 커졌고, 전 세계의 금융체계는 취약해져만 갔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올바로 관리·감독했어야 할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제 역할을 못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이들을 그냥 방치했다고 말한다. 정부로서는 이들이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지불 보증의 의무가 없었고, 따라서 충분한 규제를 할 수도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림자 금융에 대한 수술이 말처럼 진정 어려웠던 것일까?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의해 촉발되었고, 이를 가능케 했던 근거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주택 시장의 가격 거품이었다. 크루그먼은 경제 거품이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사기와 다를 바 없었다”라고 꼬집는다. 피라미드 속으로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얼간이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여름, 미국의 IT 버블이 꺼졌을 때 전 세계 경제가 파탄나지 않았던 이유는 주식 거품을 주택 거품이 대체했기 때문이며, 이 주택 거품의 핵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폭탄 돌리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얼간이들의 존재를 과신했고, 믿음이 있었던 동안은 그림자 금융을 통제할 의사도 의지도 없었다. 그리고 얼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 다시 또 다른 얼간이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의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재화의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급만 충분하면 수요가 없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급이 넘쳐나는데도 세상은 경기 후퇴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데에 기존 경제학의 한계가 있다. 크루그먼은 이제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수요 중심으로 전환할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경기 회복과 호황을 일으키는 데만 몰두해왔던 경제학 연구의 초점을, 변방에 버려져 있는 ‘경기 후퇴’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한다. 경제 전체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 후퇴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확실히 ‘우울한 경제학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가 암울한 예언만을 일삼는 ‘비관적 경제학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우리에게 깊이 생각해 볼 화두를 던진다. ‘공짜 점심’은 있다는 것. 지금까지 경제학에서 핵심적 진리라고 생각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과 상반된 견해이다. 프리드먼의 이 말은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를 많이 가지려면 다른 한 가지를 적게 가져야 하며,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비관적인 경제학 관점인지도 모른다.
폴 크루그먼은 “불황 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사용할 수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에 공짜 점심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지 현실 속으로 가져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해답은 ‘수요’에 있다. 그는 불황이 (기존 경제학자들이 늘 주장해오듯) 거품 호황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지 잠재적 수요가 현실의 시장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정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공짜 점심을 가져올 방법, 즉 언제나 충분한 수요를 경제에 제공할 방법을 아는 일이다. 그것은 저자 폴 크루그먼의 논지를 벗어나는 영역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맡아야 할 부분이다.
그때까지 경제위기는 언제나 우리의 등 뒤에 붙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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