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태훈
출판사 : 창해
저자소개
1964년에 태어난 김태훈은 역사학자도 작가도 아니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틈나는 대로 역사책을 즐겨 읽는 독자의 한 사람이었다.우연히 『난중일기』를 읽은 그는 충격을 받았다. 동료 장군과의 불화, 조정과의 갈등, 전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상황, 현실을 고뇌하는 이순신에게서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을 읽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불패의 신화, 죽음을 초월한 정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퇴근 후 그는 『선조실록』과 『징비록』 등을 비롯한 여러 사료들을 뒤적거리느라 수면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 책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업적만을 다루지도 않았고, 원균과 이순신을 옹호하거나 폄훼하지도 않았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 쓰지도 않았다. 다만 안으로는 자기 자신, 밖으로는 절망적인 현실과 싸웠던 한 인간이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간 과정을 우리와 함께 배워보고자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싶을 뿐이다.
목차
머리말 오늘을 위한 이순신, 평범에서 비범으로
제1장 7년 전쟁은 막을 수 있었다
제2장 영웅도 없고 간신도 없다
제3장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제4장 그러나 민초들이 있었다
제5장 조선 최초의 해군 참모총장 이순신
제6장 이순신 대 원균, 역사의 이분법
제7장 조선을 두 번 살리는 이순신
제8장 이순신, 그 앞 이야기로
제9장 이순신, 그 뒷 이야기로
내용요약
『난중일기』가 다른 이에 의해 가필되거나 삭제되었을 가능성은 실로 다분하다. 1592년 1월 1일부터 4월 22일까지의 기록은 ‘친필초고본’에는 없다. 그런데 그의 사후 200여 년 뒤에 발간한 『이충무공전서』의 ‘전서본’에는 그 기간의 기록이 버젓이 실려 있다. 내용 면에서도 친필초고본과 전서본은 차이가 있다. 훗날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이순신의 친필초고본을 빼거나 바꾸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후세인이 이순신의 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순수한 동기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순신의 무게를 의식하여 그에게 불리한 부분은 살짝 비틀거나 삭제했을지도 모른다. 이순신은 후세에 의해 미화된, 또는 신격화된 모습을 원했을 리가 없다. 어쩌면 그것은 이순신을 왜곡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순신을 굳이 우리와 다른 성스러운 존재로 만들지 않더라도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분명 영웅이었다. 그러한 점을 인정한다면 이순신은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인간으로서 다가올 것이다.
이순신의 관리능력은 둔전 설치의 과정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둔전은 전쟁으로 떠도는 백성에게 토지를 제공하여 그 수확의 절반은 경작자인 백성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군대가 거두자는 방안이었다. 이순신의 둔전 설치는 백성과 군대 모두를 살리는 상생의 방안이었다. 당시 실정에서 민간인에게 세금을 물리고 그 세금으로만 군대를 유지하기에는 전황이 너무 어려웠다. 이순신은 그 돌파구를 민관합동의 토지경작인 둔전 경영에서 찾았다. 세금을 통한 군대 유지가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이를 해결함과 동시에 민생고도 해결하자는 일거양득의 전략이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의 기록에 의하면 그로부터 곤장을 맞은 자가 부지기수였고 목을 베인 자도 무수히 많았다고 한다. 이순신은 부하가 잘못을 저지르면 주저없이 처단하였다. 엄격한 군율적용은 군대를 이끌어 가는 기본강령이었다.
그의 1594년 4월 2일 보고서이다.
“한산 등 고을의 수령들은 기한이 지나도록 전선을 보내지 아니하고 입대할 수군을 전혀 징발해 보내지 아니한 죄가 있으며 파지도와 병영 등 수군 관하의 관리들은 몇 번이나 독촉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오지 않은 것이 군율을 크게 범한 것입니다. 모두 조정에서 이러한 죄를 다스려서 다른 사람들을 징계하여야 하겠으며 위 전선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려오도록 그 도의 순찰사 윤승훈에게 각별히 신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선조가 3도 수군통제사 이순신을 옥에 가두고 심문하려 했다면 상응하는 죄목을 적시해야 했다. 선조가 이순신에게 적용한 죄목은 다음과 같다.
3월 13일 『선조실록』이다.
“이순신이 조정을 기망하여 임금을 무시한 죄요, 적을 놓아주어 잡지 않았으니 나라를 저버린 죄요, 심지어 남의 공로를 가로채 남을 모함하기까지 하며, 방자하고 거리낌이 없는 죄이다. 이러한 허다한 죄상이 있고서는 법에 있어서 용서할 수 없으니 율을 상고하여 사형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신하로서 임금을 속인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하고 용서할 수 없으므로 이제 형벌을 끝까지 시행하여 실정을 캐어내려 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함이 좋을지 대신들에게 물어보라.”
수군통제사 이순신은 항상 선봉으로 나서 부하들의 공격을 유도하였다. 물론 아군의 전력이 우세할 때는 수군통제사가 최선봉으로 나서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의 부상이나 죽음은 한 명의 전력 손실이 아니라 조선 수군 전체의 전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량해전을 앞두고 단 13척의 함선만을 보유한 상황에서 부하들은 공포에 짓눌린다. 그들에게 힘을 주고 공격에 나서도록 독려하려면 이순신 자신이 목숨을 담보로 내놓아야만 했다. 이순신의 결단으로 명량해전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어낸다.
이 책은 평범했던 인간 이순신이 영웅 이순신으로 되기까지의 과정을 방대한 분량의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 년 동안 그는『선조실록』, 『선조수정실록』, 『임진장초』, 『이충무공전서』, 유성룡의 『징비록』, 이순신의 『난중일기』, 루이스 프로이스의 『일본사』, 케이넨의 『일일기』 등의 사료와 씨름했다. 또한 이순신을 7년 전쟁의 무대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7년 전쟁 당시 이순신의 해전뿐만 아니라 지상전, 제도, 문화, 기구, 심지어 다른 나라의 전투와 비교하기도 했다. 조선의 관직을 현대의 군대 계급과 비교하여 생동감을 주었으며, 조선의 함선, 거북선, 조선 무과시험, 각종 전투 기록 등을 언급하였고, 스페인의 무적함대, 살라미스해전, 스탈린그라드전투, 트라팔가 해전 등도 살펴보았다.
『두 얼굴의 이순신』은 지도와 사진 그림 등을 통해 7년 전쟁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파헤쳐 이순신의 실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몰랐던 평범한 성정의 소유자(동료 장군 원균을 시기하고 조정에 자신의 전공을 부각시켜 보고하는 이순신)가 비범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탐구한 이 책은, 절망적인 현실에서 ‘희망의 미래’를 보았던 이순신을 거울삼아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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