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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서적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 한국 고대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by 책먹는아재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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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소원주
출판사 : 사이언스 북스

저자소개

  1956년에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사범 대학 지구과학과, 한국 교원 대학교 대학원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1991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히로사키(弘前) 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고, 1994년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교에서 과학 교사 특별연수를 받았다. 히로사키 대학 유학 시절에 일본 헤이안 시대 유적 발굴 작업에 참여해 광역 테프라를 동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백두산 화산재였다. 그때부터 10세기에 일어난 백두산 대폭발이 당시 동아시아에 존재했던 인류의 문명에 끼친 영향에 관한 연구를 했다. 1996년과 2000년 전국 과학전람회에서 백두산 화산재 연구로 각각 특상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울산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울산광역시교육청 장학사, 일본 삿포로 한국교육원 원장, 울산광역시교육청 장학관을 역임했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서론 백두산이라는 꿈을 좇아
1지구 최대의 화산 폭발
제1장 백두산-도마코마이 화산재
제2장 백두산과 발해왕국
제3장 백두산 분화의 연대
2백두산의 생성과 성장
제4장 10세기 백두산의 거대 분화
제5장 하얀 머리의 산
제6장 백두산 화산재의 지문
3인류의 문명과 화산 분화
제7장 동아시아의 광역 테프라와 고대 문명
제8장 백두산의 미래
제9장 필드 노트
참고문헌
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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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요약

  전 세계적으로 화산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슬란드 ‘에이야 파야트라 요크틀’ 화산의 분화로 화산재가 유럽을 뒤덮었고, 미국 옐로스톤 국립 공원과 한반도 백두산의 화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화산학자들을 통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화산이 뿜어낸 화산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아이슬란드는 물론이고 유럽의 항공망과 경제를 마비시켰었다. 화산재뿐만 아니라 최근 아이티와 칠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나 백두산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진들은 새롭게 시작되는 대규모 지각 변동의 시대에 직면한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준다.
  화산 폭발이 인류 문명에 치명적인 영향응 끼친 사례는 여럿 있다.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을 필두로, 일본의 기카이 칼데라 분화는 일본의 조몬 문화를 끝장내다시피 했고, 18세기 말에 화산재를 분출한 라키 화산은 유럽 지역의 대규모 흉작을 촉발해 프랑스 혁명 등 여러 역사적 사건의 간접적 동인이 된 적도 있다.
  19세기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은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와 함께 근대 세계를 뒤흔들었다. 인류가 역사 기록을 남긴 이래 최대급의 화산 분화 중 하나로 평가되는 10세기 백두산 분화는 인류 문명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에 대한 역사 기록은 전연 전해지지 않는다.
  기원후 900년대쯤 폭발해 중국 동북부 지역과 한반도 북부 지역을 화산재와 화산 이류, 기타 화산 쇄설물로 뒤덮었을, 백두산 대폭발에 대한 기록은 중국, 한반도, 일본 그 어디에도 없다.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의 지층 속에, 일본 동북부 지방의 지층 속에 화산재의 형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역사 기록과 지질학적 기록의 틈은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은 역사학적 기록과 지질학적 기록 사이에 놓여 있는 틈을 메우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두산 화산 분출물에 대한 분석에서 발해 멸망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역사학적 연구 성과를 오가며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을 중심에 놓고 한국 고대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나간다.
  휴화산이었던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여러 가지 형태로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언론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백두산 분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세기 대폭발과 발해 멸망의 관련 여부에 대한 추측도 언론은 물론이고 온라인상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발해가 멸망한 926년 직전에 백두산의 대규모 분화가 있었고, 이때 발생한 화산재와 화산 이류, 그리고 기타 화산 쇄설물들이 발해의 동쪽 영토를 휩쓸고 파괴하면서 발해의 국력은 극도로 약화했고, 이 때문에 발해는 거란의 침공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학계의 공식 입장은 백두산과 발해 멸망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발해 멸망을 기록하고 있는 공식적인 사서인 『요사(遼史)』 등에 926년 발해 멸망 이전에 백두산 분화에 대한 기록이 없고, 동시대의 다른 기록에서도 그러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10세기에 분출된 백두산 화산재에 대한 지질학적 분석 결과(테프라 연대학) 백두산 분화는 926년 이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지질학자들과 재야 사학자들은 테프라 연대학에 따른 분화 연도 추정의 오차 범위가 크기 때문에 다른 증거가 발견되면 백두산 분화 연대가 926년 이전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해동성국이라고 할만큼 강대한 나라였던 발해가 단 한 번의 전투에 패배하고 얼마 뒤 거란에 멸망해 버렸던 것을 설명하려면 백두산 분화 같은 대규모 환경 격변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백두산 인근의 옛 신라도 지역(발해가 신라와 교역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인 천진, 김택, 무수단 같은 북한 내 지역과 중국 영토 내의 훈춘(발해 5경 중 동경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 같은 지역을 지질학자와 고고학자가 함께 조사하면 발해 멸망과 백두산 분화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근거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과학 교사 출신으로 캐나다와 일본에서 지질학을 공부한 저자는 일본 히로사키 대학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0세기 백두산 화산재를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10세기 백두산 대폭발 시 일본까지 날아가 퇴적되었던 백두산-도마코마이 화산재를 발견해 세계 학계에 10세기 백두산 대폭발과 발해 멸망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한 마치다 히로시의 연구에서부터 시작해, 발해 멸망과 백두산 대폭발을 둘러싸고 지질학계(화산학계)와 역사학계가 벌인 논쟁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발해 멸망과 백두산 대폭발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탄화목을 뒤지고, 중국에서 일본까지 수많은 지층을 파헤치며 치열하게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의 분화 연도를 추적해 나가는 지질학자들과 생물학자들과 생태학자들 같은 과학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일본과 중국의 과학자들은 백두산의 화산 쇄설물과 탄화목을 조사해 결국 926년 이전, 즉 발해 멸망 이전인 9세기에 백두산이 분화를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발견해 낸다. 저자는 백두산 화산재를 둘러싼 연구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 낸다. 그러나, 실증적 기록과 고고학적 유물이 없다는 약점을 파고드는 역사학자들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21세기 들어 세계 지질학계에서 백두산 화산재 연구의 성과가 축적되면서, 지상에 노출된 지층만이 아니라 호수나 동해 해저에 쌓여 있는 백두산 화산재 퇴적물(연호)에 관한 연구도 진척되면서 백두산 분화의 연도가 926년 이후인 930년경으로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백두산 분화와 발해 멸망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측의 과학적 근거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저자는  자연 과학계와 인문학계의 논쟁 과정을 소개하면서 인문학계와 자연 과학계의 성과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발전시켜 나간다. 발해와 백두산의 연관성을 단발성 분화 사건과 발해라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지역의 한 정권이 붕괴한 사건의 인과 연쇄라는 좁은 틀에서 바라보지 말고, 발해로 대표되었던 한반도 및 중국 동북부 문명의 장기적 붕괴·단절과 백두산 대폭발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하나의 준거로 삼자는 것이다.
  저자는 발해 이후 여진족이 후금을 세울 때까지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 본격적인 국가 체제나 사회 조직이 형성되지 못하고 단절되는 것에 주목한다. 거란은 발해를 멸망시킨 후 곧바로 발해의 강역에서 철수했고, 수많은 발해 부흥 운동이 일어났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거란에 진압되거나 고려 땅으로 망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것은 발해의 강역, 즉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지역이 새로운 국가 체제 또는 거대 사회 조직 또는 문명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넓은 지역을 일시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은 당시로서는 백두산 분화밖에 없었음을 지적한다. 옥토와 도시와 마을이 순식간에 화산재로 뒤덮여 부석(浮石, 화산 분출물의 일종) 사막으로 변해 버렸는데 누가 농사를 짓고 삶의 터전을 삼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역사학계가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지역 문명의 주역이던 발해의 붕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 것을 제안한다. 지역 문명 전체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10세기 백두산 분화의 지질학적 사실을 받아들여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고, 지질학계 역시 역사학계와의 의미 없는 연도 맞추기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북한·중국·일본의 자연 과학계와 인문학계가 국경과 민족과 이데올로기, 분과 학문의 갭마저 뛰어넘어 백두산 분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역사적·과학적·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저자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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